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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

2013-04-30 입력 | 기사승인 : 2013-04-30



최근 연이은 사회복지사들의 자살소식에 마음이 참 아픕니다. 특히 사회복지사들에게는 가장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이라고 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자살이라 더 충격적입니다.

 

자살 원인은 박봉에 과도한 업무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업무폭주로 인해 주말근무는 물론 휴가까지 반납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318일 목숨을 끊은 울산의 9급 남성 사회복지공무원은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근무했던 주민센터에는 두 명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이 1,600여명의 수급자를 포함해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의 주민복지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을 앞두고 지난 2월 숨진 성남시 사회복지담당 9급 여성공무원은 20124월부터 공무원은 만 0~5살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 대상자 2,659, 기초노령연금 신청 대상자 800,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290, 장애인 1,020명 등의 업무를 혼자서 맡았다.

 

하지만 박봉에 과도한 업무스트레스가 이들의 자살원인이라고 판정하는 것은 이 사건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는 것이며, 이들의 자살이 마치 개인의 문제인양 호도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 이면에는 더 큰 원인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복지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과 태도 말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사회복지의 효율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이하 사통망)을 도입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사통망의 도입으로 가장 먼저 실시된 것은 다름 아닌 부정수급자 적발이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수급자에서 탈락한 인원이 125천명을 상회한다 하니, 사통망은 사회복지효율성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비 절감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여연대공동성명 참조 http://www.peoplepower21.org/900290)

 

 

정부가 사회복지비용을 투자로 생각하지 않고 비용으로 생각하다보니 효율성이라는 이름하에 여러 가지 예산절감방안이 시행되었으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예산에 끼워 맞추기식 복지정책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과도한 수급자 탈락이나 등급의 하양조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개중에는 부정수급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탈락 인원이 너무 많습니다. 당연히 민원이 빗발쳤겠지요. 모든 사건에는 전조증상이란 게 있다고 합니다. 지진도 시작되기 전에 먼저 예진이 오고, 감기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콧물이나 미열이 시작되지요. 이번 사건을 앞두고도 전조증상들이 있었습니다. 2011년에는 수급자 탈락을 비관한 어르신들의 자살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고, 2012년에는 상담중이던 사회복지사가 불만을 품은 수혜자에 의해 칼에 찔리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회복지사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울산에서 자살한 복지사가 남겼다는 유서에는 과도한 업무 외에 공직 시스템의 부당함과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현실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투덜대는 건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눈에는 분명 배부른 투정이다. 그러나 무슨 말로 떠든대도 지금 내 고통을 알아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라져 준다면 적어도 내가 진짜 절박했노라고 믿어 줄 것이다라고 유서를 시작했다.

안씨는 하루하루 숨이 턱에 차도록 벅찬 일상을 헤쳐 나가며, 머리를 쥐어뜯으며 시달려온 나날들, 지금의 스트레스 속에 내일을 꿈꿀 희망조차 바닥나 버린 것 같다고 쓰며 힘든 현실에 대한 막막함을 드러냈다.

공장 부품처럼 취급받는 공직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그는 일이 많은 것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 공공조직의 제일 말단에서 온갖 지시와 명령에 따라야 하는 일개 부속품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은 사투보다 치열하다. 내 모양이 이렇게 서럽고 불쌍하기는 처음이다라고 적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최근 연이은 사회복지사들의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복지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는 수준의 대책으로는 부족합니다. 사회복지정책 전반에 걸쳐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복지계의 중론입니다. 특히 정부의 사회복지에대한 확고한 철학과 비전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가 그저 선심성 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 최선의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 말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꼼꼼한 보완책이 강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세상에서나마 먼저 간 복지사와 클라이언트가 서로 다정하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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