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무원 또 자살.
1월 31일. 경기도 용인에서 29세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투신자살.
2월 26일. 성남에서 석 달 뒤 결혼할 여성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투신자살.
3월 19일. 울산에서 어린 자녀를 둔 30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자살.
그리고 또. 5월 15일. 충남 논산에서 33세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열차에 투신.
네 사람 모두 자살 원인은 업무과다로 밝혀졌다.
“사회복지사를 그만 죽여라”
우리는 그동안 보건복지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간곡히 외쳤다. “사회복지공무원을 그만 죽여라!”고. 보건복지부 앞에서 한 달 넘게 일인시위도 하면서 촛불집회도 하면서 소리쳤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연초에 사회복지공무원 3명이 연쇄 자살한 이 참극을 멈춰야 한다는 외침은 허공에 날라 가버린 채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4번째 희생자는 어쩌면 예고된 희생이었을 것이다.
5월 15일 논산시청 소속 한 사회복지사는 달려오는 새마을호 열차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지난해 4월 임용되어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일해 온 그의 일기장에는 “나에겐 휴식이 없구나. 사람을 대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일이 자꾸 쌓여만 가고, 두렵고 재미가 없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다.” 라는 사회복지업무현장의 폭력성에 저항하지 못한 채 고통으로 말라간 그의 한탄만 남아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책임부처 장관의 변변한 사과조차 없는 이 상황에서 이 사태의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는 조그마한 의지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대통령 방미 중 발생한 성추행 사태에 대해서는 사과발표를 하면서도 대한민국 국민, 게다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업무현장의 폭력성으로 4명이나 희생되는 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는 왜 사과하지 않는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회복지사가 희생되어야 그 책임을 온 몸으로 통감할 수 있는 것인가?
전국 3,500여 읍면동 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13,000명의 사회복지사. 그 업무현장의 폭력성 때문에 연쇄자살이 발생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음은 상식 아닌가? 자살로 희생된 당사자, 그 희생을 지켜보는 가족들의 처절함, 동일한 고통 속에 놓여있는 수많은 사회복지사. 이 고통 총체의 해체를 위해 정부는 대국민사과를 통해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며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아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상황을 넘기기에 급급한 미봉책으로 일관할까 두렵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그 결과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었음에 더 두렵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부처 장관과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며, 조속히 현장 실사를 통하여 구체적 원인을 드러내고, 그 원인을 제거할 분명한 대책을 세워 사회복지사에 대한 사회적 타살을 멈춰주길 강력히 요구한다.
제5, 제6의 희생자를 막아내기 위해 정부에서 다음 조치를 즉시 실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1. 보건복지부장관, 안전행정부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하여
즉시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
사회복지공무원 4명의 잇단 자살이라는 유사 이래 전례가 없는 참사를 당하여, 국 정의 최고책임자는 회의실 사과나 쪽지사과가 아닌, 국민들 앞에서 공식사과를 해 야 한다.
1. 살인적 업무량 해소를 위해 사회복지공무원 일만 명을 즉시 충원하라.
연쇄자살의 근본 원인이 살인적인 업무량 때문이기에, 현재 13,000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의 업무량을 근본적이고 현실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적정인원 일만 명을 충원하는 조치가 가장 시급하다.
1. 직접적 복지업무가 아니면서 사회복지공무원에게 배정된 업무를 즉시 거두어라.
현재 100여 가지에 이르는 사회복지공무원의 담당업무 중에는 문화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국토교통부 등의 업무까지 ‘복지’라는 이름으로 다 떠안고 있는 것들이 있다. 읍면동 사무소의 업무가 대부분 광범위한 복지업무라는 현실에서, 행정직 공무원과의 업무분장이 시급하다.
1. 사회복지공무원의 전문성을 담보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
사회복지공무원은 슈퍼맨도 아니고 잡부도 아니다. 그들은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의 복지업무를 책임 있게 수행하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설계하는 사회복지 전문가이다.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장 업무를 구체적으로 조사 분석하여, 단순 복지업무는 행정공무원이 담당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복지업무는 사회복지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하여, 사회복지공무원이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현장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공공복지를 선진화하고 지역주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2013년 5월 15일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