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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헌장 제정 한세대와 노인학대

2013-06-14 입력 | 기사승인 : 2013-06-14

 『노인은 나라의 어른이다.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여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여 온 어른으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음으로써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 할 분들이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 사회구조 및 가치관의 변화는 점차 노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우리는 고유의 가족제도 아래 경로효친(敬老孝親)과 인보상조(隣保相助)의 미풍양식을 가진 국민으로서 이를 발전시켜 노인을 경애하고 봉양하여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노인복지증진에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위의 내용은 지난 1982년 5월8일 제정된 우리나라의 '노인헌장' 전문이다. '국민교육헌장', '어린이헌장'에 이어 세번째로 제정된 노인헌장은 그 첫머리에 '노인은 나라의 어른이다'로 시작해 '노인은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노후를 안락하게 지내야할 분들'이라고 노인의 위상을 명시하고 있다.

 

 세계에서 노인헌장이 제정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경로(敬老)사상이 남달랐다는 뜻이리라. 노인헌장이 제정된지 꼭 31년, 그러니까 한세대가 지났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는 놀랄만한 보고서를 내놨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2012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였다. 헌장까지 제정해 노인공경을 부르짖는 나라에서 '노인학대'라니.

 

 그런 말이 나온 것 자체가 놀랄만한 일이지만 보고서의 내용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 24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건수가 2010년 7503건, 2011년 8603건, 2012년 934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 노인학대사례도 2010년 3608건, 2011년 3441건, 2012년 3424건으로 역시 늘고 있었다.

 

 게다가 학대를 당하는 노인 상당수가 가족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눈에 띄었다. 아들이 41.2%, 배우자 12.8%, 딸 12.0% 순이었는데, 노인을 학대하는 가해자의 열에 아홉은 배우자, 자녀 등 친족이었다. 또 피해를 당하는 노인 특성은 여성이 69.1%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배우자가 없을수록 학대에 노출될 위험이 높음도 보여줬다.

 

 놀랄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노인을 학대한 이들을 학력별로 보면 고졸 이상이 58.6%를 차지해 학력이 높을수록 학대행위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부모로부터 제대로 배운 아들, 딸이 늙은 부모를 학대하는 패륜을 저지르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학대피해를 당하는 노인의 유형별로 보면 정서적 학대가 38.3%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신체적 학대(23.8%), 방임(18.7%), 경제적 학대(9.7%), 자기방임(7.1%) 순이었다. 특히 학대 경험이 있는 노인 중 40.3%가 한가지 이상의 질병을 앓고 있으며, 치매진단을 받거나 의심되는 사례가 22.8%(782건)에 이르렀다.

 

 늙고 병든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않고 내팽개침은 물론, 심지어는 직접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자식마저 크게 늘고 있는 사실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노인헌장이 제정된 1982년부터 지금까지 한세대의 세월은 우리나라가 고도산업화와 지식정보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숨가쁘게 달려온 기간이었다. 그만큼 세태의 변화도 가팔랐지만 그래도 지금 늙은 부모를 공양해야 하는 청장년층은 효와 노인공경에 대한 교육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은 셈이다.

 

 지금의 청장년층이 교육과정에서 귀가 닳도록 들어온 것은 '공맹의 도' 등 효와 경로를 강조하는 유교적 가르침이었다. 공자 선생은 말했다. '5형에 속하는 죄가 3000가지이나 그 죄가 불효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뿐만이 아니다. 양의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성현들은 효의 막중함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도 동양예의지국 운운하며 예와 효를 강조하는, 세계 최초의 노인헌장 제정국가에서 제 부모나 배우자, 이웃 어른들에게 패륜을 범하고 있고 갈수록 그 빈도가 늘고 있다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아니겠는가?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날의 우리 모습이다. 이렇듯 노인을 학대하는 사례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다시한번 노인헌장을 들여다 보면, 헌장은 '나라의 어른'이신 노인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강령도 적시하고 있다.

 

 1, 노인은 가정에서 전통의 미덕을 살려 자손의 극진한 봉양을 받아야 하며 지역 사회와 국가는 이를 적극 도와야 한다.

 2, 노인은 의식주에 있어서 충족되고 안락한 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3, 노인은 심신의 안정과 건강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4, 노인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5, 노인은 취미. 오락을 비롯한 문화생활과 노후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얻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굳이 옛 성현의 가르침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지난 30여년 전에 우리가 헌장에 적어놓은 이 행동강령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려 노력한다면 어찌 노인학대같은 패륜이 우리 사회에 틈입할 수 있겠는가.

 

 노인헌장 제정 한세대 즈음에, 국가나 사회는 물론 우리 스스로도 헌장제정의 뜻을 다시한번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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