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한 머리를 숙이며...
늘 그리운 이들, 치매 마을에서 천진하고 가련한
어르신들은 손과 손을 맞잡고 마을 마당을 빙빙돌다
내 손을 어루만지다
가슴으로 머리를 쓸어안다가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넌지시 미소 지으며 나지막이 귓가에 속삭입니다.
내 너를 어찌 잊으리,
수고가 많구나,
숱한 날들을 일으켜 세워 너를 밤새 쓰다듬어 주리라,
네 손길로, 가슴으로 행한 오늘을
이 늙은이 마지막 가는 날 민들레 홀씨에 매어주마,
내 마지막 더운 숨으로 너를 높이 뛰우리라,
님들은 잠시 다녀오실 것처럼 하시더니,
하기사 어떤 임은 더러 오셨다 가셨지만,
다들 들리는 소식으론 먼 길 떠나셨다 하니
‘힝’하고 코를 풀며 괜히 하늘을 봅니다.
어쩌면 정붙이지 말 것을 그랬나 봅니다.
지금은 어디쯤 가시옵니까?
하룻밤에 못 가는 거리 일텐데,
그렇게 가시고 싶어하던 고향은 들렸다 가시는가요?
“삼달리~ 정뜨르~ 곱은네~”
다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울까봐 그 길로 가셨나요?
아니면 매달릴까봐 그러셨나요?
편지라도 주시던지
길동무에게 전화라도 한 번 빌리시지 그랬어요?
돌아 돌아 가시다보면 마지막 정거장 흰사슴못이 있어요.
아마도 아실 듯 하지만,
거기서 다시 한 번 고향마을 보시며 고달팠던 발바닥도 적시고 계시옵소서.
내 부리나케 주먹밥 싸서 뛰어 올라갈께요.
이제사 정말정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그리도 홀연히 가실줄 알았으면 별것도 아닌 사탕 하나에 눈 홀리던
그때, 내 어찌 더 드리지 않았을까 눈물이 나네요.
밤이 깊어 낮은 시선으로 돌아왔지만 얼어붙은 듯 쓸쓸하고
아무 소리도 남지 않는 새벽,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허공을 바라봅니다.
혹여라도 영원이랄지, 사랑이랄지 그런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여 지긋이 눈을 감아봅니다.
내 마음 밭에 부지런히 씨를 뿌렸으나 싹이 돋지 않는군요.
상심하다 또 씨를 놓고, 정성스레 흙 한줌 한줌을 더 얹으며
그저 나는 싹 틔우는 일만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참 사랑과 덕을 입고서도 새싹을 튀워줄 님의 가슴 속 내막을 몰랐던건 아닌지.
며칠째 메마른 들꽃조차 애처로운 것을 이제사 봤어요.
하늘과 함께하지 않은 저만이 교만한 행사를 거듭해 왔군요.
가슴 속 진실을 담아올려 기도를 드려야 할 내가
저 혼자만의 자만이 어리석음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겸손하게 영혼의 담금질과 수신고행이 더 필요한 것을
깨닫지 못 하고 어제도 교만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