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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정여스님 여여선원 선원장

2013-12-04 입력 | 기사승인 : 2013-12-06

 깡마른 나뭇가지에 찬바람이 맴돌다 가고, 골목 어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는 훈훈한 더운 김이 오릅니다. 쨍하게 맑은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고 냉기 품은 대지는 발끝을 시리게 합니다. 겨울이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이렇게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맑고 고요한 음성으로 들려주는 정여스님의 말씀은 추위를 녹이고 마음을 채우는 온기로 가득합니다.
 

 

◆ 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됨 없이 변화한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은 무상하다고 하셨습니다. ‘항상’인 것은 없다, 곧 꾸준하지 않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젊은 사람이 노인이 되고, 노인이 흙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이치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도 적용됩니다. 봄이 되면 싹이 나고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을 지나, 가을에는 낙엽이 되고 지금처럼 겨울이 되면 낙엽마저 땅으로 떨어지는 이치입니다. 한순간도 머물러 있음이 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대지도 한 번 보세요. 산꼭대기에서 조개무덤이 발견된 것처럼 육지였던 곳이 바다이기도 했고 바다가 육지가 되듯이 고정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영원하길 바랍니다. 지금 누리는 부귀영화가 영원히 이어지길 바라고 건강이 평생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이치를 깨달아 지혜의 눈을 뜬다면 부유하든 가난하든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주인공이 되어 멋지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 아닐까요.”
행복으로 가는 길을 일러주고 싶은 스님의 말씀은 자애롭고 격조 있는 언어로 다시 이어집니다.
 
 “복잡하고 힘든 세상에 잠시만이라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쉬게 해주는 것이 ‘행복’입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쉬게 하는 데는 선수행(禪修行)이 으뜸입니다. 요즘에는 힐링이라는 말로 정신의 치유나 정화를 많이 언급하는데 선은 그보다 차원이 훨씬 높습니다. 왜냐하면, 선은 그저 마음의 치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을 깨닫게 해주고 나서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하는 공부를 흙탕물에 비교해 볼까요? 흙탕물은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두면 흙이 가라앉아서 맑은 물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맑다고 해도 밑에는 흙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하는 공부는 궁극적으로 ‘깨달음’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것은 본래부터 맑은 물과 같습니다. 가라앉을 흙조차 없는 아주 맑은 물이 바로 불교공부에서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흙탕물은 가만히 있을 때는 깨끗하지만 누가 건드리면 곧 흐려집니다. 우리 마음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가라앉을 흙이 없어서 아무리 흔들어도 맑은 물 그대로입니다. 돈과 욕망에 이끌리고 욕심에 흔들리다 보면 화가 나고 짜증이 납니다. 그러나 마음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것은 환영이고 그림자 같은 것임을 압니다. 이것이 선에서 터득하고 궁극적인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을 일러주는 정여스님은 이날 인터뷰 내내 사회복지에 대한 열정과 불교복지에 관한 생각을 풀어놓고 있다.>
 
◆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앞장서라.
 
 이처럼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정여스님은 수행자로서 철저하게 공부에 임하며 공부인의 자세를 견지했습니다. 1974년 출가한 이래 전국의 선원에서 참선수행을 하며 본래 자리를 궁구하는 마음이 행복한 수행자로 자신을 탁마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부산의 중심지인 시청 옆에 불교회관 여여선원을 개원한 데 이어 범어사 주지 등을 역임하며 불교 발전에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 그리고 정여스님은 이웃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는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있었습니다. 부산시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 부산진구사회복지협의회· 불교사회복지기관협의회·청소년복지기관협의회 회장 등을 맡으며 부산뿐만 아니라 불교 전체 사회복지 활동에 헌신했습니다. 이러한 이력만으로도 스님의 사회복지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부산지역에 불교복지사업의 태동을 알린 것은 20여 년 전 ‘불국토’가 창립하면서부터였습니다. 불교의 대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사명감을 일찍이 간파한 몇몇 스님들이 주축이 되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사회복지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부산에는 복지활동을 하신 명망 있는 스님이 정말 많이 계십니다. 불국토 창립의 주역인 정관 큰스님에서부터 혜총스님, 범산스님, 수불스님과 정련스님, 지현스님 등 훌륭한 분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분들을 빼고 불교복지의 역사를 언급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분들보다 조금 늦게 사회복지활동을 시작했지만, 한발 앞서 걸어가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뜻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은사이신 벽파스님께서 이미 오래전 복지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쳐 주셨습니다. 은사스님께서는 늘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고 일러주셨습니다. 나눔을 실천하는 불교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대중불교가 되고 국민에게 인정받는 종교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생각할수록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 복지활동 현장에서 깊어진 열정과 행복.
 

 사실 부산에 사회복지 사업의 씨앗이 뿌려질 즈음, 정여스님은 쌍계사 금당선원에서 3년 결사를 하며 부단한 수행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근본자리를 찾기 위한 3년간의 치열한 수행이 끝나고 대중 속으로 왔을 때 스님에게 또 다른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부처님의 대자비를 실천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 ‘복지사업’이라는 대명제와 마주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때 이미 사회복지법인 불국토에서 본격적인 사회복지사업을 펼치면서 범산스님이 불교 최초로 개금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역임하는 등 불교복지가 틀을 갖추어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뒤를 이어 정여스님이 관장을 맡게 되었던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끝없는 자비입니다. 복지사업은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가장 큰일입니다. 그런데 저

는 막 선원에서 나왔으니 복지 행정을 잘 알 수가 없지요. 그래서 직접 행동으로 할 수 있는 걸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노인무료급식을 위해 김치도 담그고, 쌀을 직접 어깨에 메고 다니며 어려운 이웃에 나누어 주기도 하고, 설거지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때 느껴지는 행복감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IMF 사태 때에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노숙자 신세가 된 이들을 위해 무료급식을 했습니다. 부산역에서 노숙하던 7백여 명의 노숙자들을 위해 밥과 국, 반찬을 제공하며 동참했던 불자들과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행복에 물든 정여스님은 복지사업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더 크게 자각하게 되었고, 그만큼 더 열심히 복지활동의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실직자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 60~70명의 실직자와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애환과 고충을 들어주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한, 노인복지를 위해 직접 담당 구청을 찾아다니며 노인복지의 필요성을 설명해 결국, 주민센터를 고쳐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개소한 뒤 직접 노인무료급식 활동에 동참했습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복지활동을 펼치다 보니 스님의 불교복지에 대한 생각은 더 깊어지고 넓어졌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범어 창립에도 기여해 금정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역임하고, 화명종합사회복지관도 위탁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사장 소임을 맡고 있는 장학법인 보현장학회, 사회복지법인 보현도량은 스님이 직접 일군 법인으로 다양한 복지활동을 펼치며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는 어르신 취업교육센터와 부산시와 함께 일 년에 한 번씩 여는 노인취업박람회는 노인취업문제에 관심이 높은 사회 현안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사회복지사업을 실천하고 있는 스님은 복지활동을 통한 불교와 사회 간의 유기적 관계를 위해 범어사 주지 소임을 맡았을 때 범어사 스님 대부분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전국의 사찰이 의무적으로 노인요양원이나 어린이집, 실직자들을 돌봐주는 쉼터 등의 복지시설을 만든다면 불교의 사회복지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제안도 하십니다.
 

 
◆ 불교복지, 해외로 시야를 넓히다.
 
 부처님의 자비심을 실천하려는 스님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세계로 눈을 돌려 낙후되고 소외된 국가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자 합니다. 범어사 주지 소임을 놓은 뒤에는 ‘세상을 향기롭게’를 창립해서 지구촌 돕기 사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해외복지에 처음 문을 두드린 나라는 ‘라오스’였습니다. 학교 책걸상 고쳐주기와 교실바닥 보수, 칠판 바꿔주기, 화장실 증축, 장학금 지원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되 스님이 직접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가서 책상 상판도 톱으로 자르고, 바닥 시멘트도 직접 발랐습니다.
“교실이 조그마한데 바닥이 여기저기 파여 있어요. 콘크리트 공사를 할 때 얇게 하니까 바닥이 자꾸 깨지는데, 깨진 걸 피해서 다니다 보니까 여기저기 파진 부분이 더 많아져요. 책상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얇은 합판으로 만들어 놓으니 애들이 연필로 찍으면 찌그러질 정도였죠. 그렇게 찌그러진 곳을 피해 모서리에 책을 놓고 공부를 해요. 그런데 학생이나 선생님은 그런 게 전혀 문제가 안 되는지 늘 웃는 얼굴이에요. 그렇지만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똑똑한 아이들인데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못 한다면 그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 안타까운 마음에 스님은 기회가 닿는 대로 라오스로 향합니다. 라오스에서 정여스님은 일 잘하는 스님으로 통합니다. 건설현장 작업반장보다도 일을 더 잘한다는 평을 듣는다고 하니, 현장 일에 얼마나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렇게 매달 30~4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며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미얀마도 라오스와 같은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스님의 계획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기회와 여건이 되면 아프리카에도 부처님의 자비를 전할 계획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국내외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님의 건강이 염려되는데, 스님의 말씀은 간단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놀고 있으면 건강이 좋지 않지만 내가 필요한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건강이 나빠질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은 놀 때보다 일할 때 더 행복한 법이라 자꾸만 일거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인지 스님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습니다. 부산 서동과 동래시장에서 매일 하는 무료급식만 해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인데다, 불교계의 크고 작은 일에도 스님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보니 하루하루가 금쪽같은 시간입니다.
 
 불교계와 사회복지사업 전번에 걸쳐 중책을 맡고 있는 정여스님은 수행과 포교, 사회복지가 서로 삼각구도를 이루면서 균형 있게 성장해 갈 것을 주문합니다. 참선수행에 정진해온 스님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서 복잡한 현대인들의 마음을 고요히 쉬게 하면서 욕망에 이끌리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웃이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강조합니다.

 
 “원효스님이 토굴에 가만히 계시다 열반에 드신 게 아닙니다. 거리에 나와서 민요를 부르며 춤도 추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말없이 도움도 주며 대중의 고통을 느끼고 함께 나누었던 것입니다. 그게 부처님께서 일깨워주신 가르침, 대자비심입니다. 10~20년 공부한 의사가 자기 몸만 치료하고 고통에 허덕이는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올바른 의사가 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실천이 없는 가르침은 꽃에 향기가 없는 것과 꼭 같습니다.”

 
 그래서 스님은 지금까지 만 명이 넘는 불교대학 졸업생을 배출하며 포교에 매진했고, 그들과 더불어 사회복지사업에 전력했으며, 모든 생명이 해맑은 지혜를 통해 행복의 세계로 나가길 바라는 발원을 세우고 수행자의 삶에 임했습니다. 이러한 실천력은 각 처에서 수여하는 수많은 상으로 이어졌고, 그것을 통해 스님은 현재 걷고 있는 길을 중간중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실천없는 가르침은 향기없는 꽃과 같다'는 말씀을 전하는 정여스님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사회복지의 시작이라고 한다.>
 
◆ 이웃에게 베푸는 자비는 부처님께 불공 드리는 일

 
 ‘넘치거나 혹은 모자라거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이 넘쳐흐르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물질이 넘쳐흐르고, 욕망과 욕심이 그러하며, 폭력이 넘쳐나고 그만큼 고통도 비례해 넘쳐납니다. 그러나 사랑과 여유는 모자랍니다. 배려하고 용서하는 마음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러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정여스님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나침반을 이렇게 제시합니다.

 
 “법구경에 보면 욕망과 욕심을 채우려는 것은 깨어진 독에 물을 채우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습니다. 채울 수 없는데 채우려고 하니 괴로움만 생기는 법이지요. 부처님 말씀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조금만 양보하고, 조금만 져주고, 조금만 비워내면 오히려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물질만 바라보고 쫓아가다 보면 정신이 황폐해지고 고통이 따라옵니다. 물질을 향한 갈증보다는 따뜻한 마음, 너그럽게 세상을 감싸는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소중한 만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공경하고 소중히 여길 때 행복과 윤택은 저절로 따라오는 법입니다.”
정여스님의 말씀을 가만히 헤아려보면 결국 나침반의 바늘은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 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어떻게 운용하는가에 따라 작게는 얼굴의 모습이 달라지고 크게는 인생 항로가 달라진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신문을 보니 마릴린먼로재단에서 2~3년에 한 번씩 마릴린 먼로와 가장 닮은 사람을 뽑아서 수억 원의 상금을 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어느 젊은 여성이 우승자가 되었는데, 1등을 위해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붙여놓고 마릴린먼로를 쳐다보며 그만을 생각했다고 해요. 세상의 우상인 먼로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닮지 않았는데 중학교 졸업할 때 조금 변하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는 확 바뀌었어요. 대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그녀는 마릴린먼로와 너무나 흡사해 결국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생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좋은 생각을 하면 정말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정여스님은 모든 생명에는 마음의 근본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코끼리의 마음은 코끼리처럼 크고 벌레의 마음은 벌레처럼 조그마한 것이 아니라 불성을 갖춘 마음은 같다는 것입니다. 그 불성을 갖춘 마음이 묘해서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 사이를 오갑니다. 그리고 생각이 만들어낸 행동의 결과도 달라집니다. 좋은 생각은 좋은 얼굴을, 나쁜 생각은 보기 흉한 얼굴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사랑과 희생이 깃든 아름다운 정신을 가진 이들에게는 자비심이 느껴지는 것, 좋은 생각의 결과입니다.

 
 “자비심 많은 사람이 곧 보살이고, 부처님의 세계입니다. 범어사 무비스님께서 인불사상(人佛思想)을 말씀하시고 입적하신 백양사 서옹스님께서는 무위진인(無位眞人)에 대해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람이 다 부처님이니, 우리의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고 자비를 실천하는 일은 곧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세상에 불공드릴 데가 얼마나 많습니까?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것, 아이를 잘 기르는 것, 이 모든 것이 자비에서 출발하는 일이며 부처님을 잘 보살피는 것과 같으므로 불공을 드리는 일에 버금가는 것입니다. 범위를 넓혀 우리 이웃을 돌보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가정과 사회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스님은 끊임없이 자비를 주문합니다. 자비심은 크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정여스님의 생각입니다. 군에 간 손자 때문에 할머니가 밥을 굶습니다. 손자가 못 먹고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밥을 넘길 수 없는 것입니다. 스님은 이것이 바로 자비라고 합니다. 그 마음을 놓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부지런히 실천하다 보면 중생의 삶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불변의 진리를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에너지를 쏟지 말고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자비심을 쓰는 데 온 힘을 쏟으라는 정여스님. 사회복지계의 발전과 항상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스님의 간곡한 당부가 따뜻하게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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