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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수불 범어사 주지스님

2013-04-30 입력 | 기사승인 : 2013-04-30


부산을 품에 안은 금정산은 골골마다 봄의 향연입니다. 한가득 물오른 나무에는 초록이 깊어지고, 환한 봄빛이 여기저기 곱게 부서집니다. 그리고 아른거리는 바람결에 풍경의 청아한 울음소리가 실려 옵니다. 그 소리 따라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한국불교 제일의 선수행 도량으로 명성이 높은 선찰대본산 범어사 뜨락에도 봄소식이 있습니다. 매양 오고가는 것이 계절이고, 세상만사 무상함을 알면서도 봄빛으로 단장하는 산사의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마음을 뺏기고 맙니다. 이렇게 고졸한 멋을 간직한 채 천년을 이어온 범어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변화의 주역은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입니다. 범어사 주지에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수불스님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일들로 하루 24시간이 부족합니다. 범어사를 승가의 종합교육기관인 총림으로 지정, 사격을 일신했을 뿐만 아니라 불자와 일반 대중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및 신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부산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사찰의 역할을 확대시켰습니다. 또 다양한 방면에서 불교계 대사회운동을 펼치며 사회와 종교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도량 곳곳에는 성성한 수행 기운이 감돌고, 마음을 풍성하게 할 알토란같은 법문이 대중의 발걸음을 묶어두는 범어사는 전에 없는 활력으로 넘쳐납니다.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되 어려워도 안 되고 만만해서도 안 되는 것, 수불스님은 수행과 포교의 원칙을 그렇게 설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포교이고 포교가 곧 수행이라 강조합니다. 스님 역시 수행자의 본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기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부지런히 자기 성찰을 하고, 스스로 잘 갈무리하며 살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매달 초하루 마다 육조스님의 말씀을 신도님들한테 들려주는데, 우리 신도님들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침착해지고 차분해졌다고 할까요. 자기 신행에 집중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법회 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 일이 거의 없어졌어요. 맨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벨소리가 울려 법회가 산만해질 때가 있었어요. 나무라지 않고 신도님들 스스로 생각이 닿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었지요. 작은 일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훈련 같은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데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마음을 다치지 않게 배려하면 소통하고 화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게 됩니다.”

다른 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배려하는 것,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것, 수불스님이 말하는 이러한 몇 가지 원칙은 세상의 모든 일에 적용시켜도 무방할 듯합니다. 특히 이러한 원칙은 사회복지 사업을 실천하는 일에 더욱 알차게 적용되었습니다.


◆20여년 전 불교계 사회복지 첫 시동
◆불교계 첫 사회복지법인 불국토가 모태
◆현재 12개 법인 50여개 기관으로 ‘괄목상대’


사실 수불스님은 20여년 전 불교계 사회복지 사업에 첫 시동을 걸고, 불교계의 사회복지 사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저변 확대에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1994년 개금사회복지관 위탁운영을 시작으로 1995년 불교계 최초로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불국토는 불교계가 제도권 안에서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복지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일이었습니다. 현재 불교계는 12개의 법인 아래 50여개 기관이 사회복지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데, 불국토의 성공 사례가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여건이 여유롭지 않았어요. 복지에 대한 인식도 낮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여건도 넉넉하지 않았고 실무를 담당할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러나 불교계도 사회복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저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젊은 스님들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나중에는 어른스님들도 호응을 해 주셨는데,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건 극복할 수 있지만 시간이 없는 것은 어떻게 해 볼 수 없으니 까 젊은 스님들이 더 열정적으로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개금복지관 위탁운영을 신호탄으로 불교계 사회복지의 새 지평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수불스님은 '마음의 성찰을 통해 스스로 편안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갖추는 것이 복지의 최고 가치'라고 들려주십니다.>

◆마음의 성찰 통해 스스로 편안한 기본틀 갖춰야
◆불교복지는 ‘사람이 우선이다’ 대전제
◆이웃이 살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야!


수불스님은 진정한 복지는 내가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음의 성찰을 통해 스스로 편안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갖추는 것이 복지의 최고 가치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하면 다 된다는 말은 참으로 당연한 말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주문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가 괴롭고 내일이 불투명한 이들,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배가 고프고, 몸이 아프고, 마음이 고달픈 이들에게 마음이 편하면 다 된다는 것은 얼마나 공허한 언어의 나열에 불과한 것일까요. 그래서 수불스님은 한 가지 주문을 더합니다. ‘불교복지는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대전제입니다.



“휴머니즘에 바탕한 복지를 위해서는 우리의 이웃이 살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말과 생각, 이론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사회복지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이 처해 있는 현실을 직접 점검한 뒤 최선을 다해서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에서 얘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해서 그들의 아픈 마음을 받아들이고 위로 할 때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복지가 될 것입니다. 그저 생각과 말로 앉아서 행한다면 누가 공감하겠습니까?”


◆부처님 가르침 따라 복지활동하는 고민, 현재진행형
◆공동체 생활에서 아픈 자를 먼저 배려하라!
◆나누고 베풀며 배려하는 것, 복지의 개념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대중들이 살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빛깔과 요령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 모두를 포용해서 마음 편하게 더 나은 복지혜택을 받게 할 수 없을까. 수불스님의 그러한 고민은 오래 전부터 시작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복지활동을 한다면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수불스님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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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파악하며 사회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불교인의 자세입니다. 그리고 불교 안에 있는 내용을 자기 것으로 체화할 때 나와 남이 다 같이 편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부처님부터 모두 다 탁발 공양으로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대중이 주는 만큼만 얻어와 식사를 해결하는 당시의 풍속은 나눔과 배려가 일상화 된 모습입니다. 공동체 생활 가운데 수행자가 아프면 아픈 자를 우선 배려해라, 공동체 안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원인과 결과가 조화를 이루게 하여 해결하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여러 사람이 이익 되게 하라는 주문은 복지 정신이 잘 담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결국 부처님이 몸소 보이신 복지에 대한 개념은 궁극적으로 나누고 베풀며 배려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수불 스님은 특히 장애인 복지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절대적인 약자에 속하게 된 그들을 위해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불 스님은 이 외에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를 위한 복지와 사회의 그늘로 내몰리는 노인문제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복지 분야라고 지적합니다.



“나누고 배려하는 일에도 연구가 필요합니다. 무조건 베풀기만 한다고 사회복지가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마음 다치지 않고,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복지사업에 있어 전제되어야 합니다.”

불교계 사회복지에 한 획을 긋고, 지금도 끊임없이 더 나은 복지를 고민하는 수불스님은 인터넷 복지 뉴스 ‘복지미디어’ 창간에 부쳐 격세지감의 소회를 밝힙니다.


“우리가 처음 복지사업을 시작할 때는 쩔쩔 맬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집적된 정보와 노하우로 복지전문 뉴스를 다루는 인터넷 미디어가 창간했다고 하니 앞서 걸어간 사람으로서 안심도 되고 고무적인 마음도 생깁니다. 건강한 복지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에 앞장서서 사회복지 사업의 새 역사를 써 주길 바랍니다. 더불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사회복지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회복지사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하고, 마음 가득 여러분들을 응원합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오는 9월 마치게 될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수불스님은 이러한 활동 역시 불교의 사회복지 활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휴전은 됐지만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불교가 평화를 수호하는 단체로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특히 호국불교의 정신 바른 가치관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사실 동작동 국립묘지 현충원에 옮겨가기 전까지 범어사에서 한국전쟁 당시 산화한 호국 영령들의 위패와 유골을 각 방마다 안치해 놓고 위령제를 지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범어사의 호국불교 정신은 남다르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행사는 5월 10일 틱낫한 스님 초청법회, 6월 8일 서울전쟁기념관 한국전쟁 전사자 천도재, 6월25일 한반도평화기원 통도사 100일기도 입재, 9월27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한반도평화대법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탐진치 삼독’에서 벗어나 지혜의 눈을 뜨는 것
행복으로 가는 즐거운 길
부처님 오신날 일러주는 수불스님 행복 메시지


이렇게 크고 작은 일로 눈코 뜰 새 없는 스님에게는 일 분 일 초가 천금보다 귀합니다. 그러나 불평하지 않습니다. 스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일이 즐거워집니다. 이것이 바로 스님이 느끼는 행복의 비법입니다.

내 눈높이 맞춰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탐진치 삼독에 벗어나 지혜의 눈을 뜨는 것, 행복으로 향해 가는 즐거운 길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수불스님께서 일러주는 행복의 메시지는 그렇게 간결하고 정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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