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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성숙지표 '나눔'

2017-01-31 입력 | 기사승인 : 2017-01-26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World Giving Index)가 있다. 기부금 절대 액수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부 참여율, 자원봉사 시간 등 나눔 참여 정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지수다.
 
 지난해 140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1위는 최빈국에 속하는 미얀마였다. 게다가 3년 연속 1위였으니 국력과 나눔의 상관관계가 참으로 무색하다. 사정이 어려운 스리랑카도 영국(8위), 네덜란드(13위) 등을 제치고 5위에 올랐다. 2~4위는 각각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64위에서 11계단이나 떨어진 75위였다.
 
 그래도 필자는 절망하지 않는다. ‘작은’ 희망이 여기저기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인천 만석동쪽방촌에서 거주하시는 주민들과 인근의 노숙인, 무료급식소를 이용하시는 노인분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지난해 12월 내내 볼펜을 조립하고 폐지를 주워 팔아 마련한 성금 141만 원을 들고 왔다. 자신들도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지만 더 힘들고 더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을 모아 찾아왔다고 했다. 짧은 성금 전달식을 마친 후 상기된 표정으로 모금회 사무실을 나서는 주민들의 표정은 그날 오랜만에 내린 눈보다 더 희고 눈이 부셨다.
 
 가슴 따뜻한 현장은 또 있다. 얼마 전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 안은 7년째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기부자가 보내온 쌀 200포대로 가득 찼다. 보기만 해도 푸근해지는 풍경에 잠시 겨울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행여 따뜻한 온정이 줄지나 않을까’ 했던 우려는 기우였다.
 
 사회지도층 대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누적모금액이 지난해 12월 말 현재 1500억 원을 돌파했다. 예년과 변함없이 주요 기업에서 보내온 성금으로 매년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 연말연시 우리나라의 나눔 현황을 알리는 ‘사랑의 온도탑’은 이달 말 폐막식을 앞두고 무난히 100도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력, 국방력, 외교력 등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력’들이 있지만 필자는 ‘나눔력’을 강조하고 싶다. 나눔은 한 국가가 지닌 역량의 성숙도와 국민들의 사회 참여 수준을 알려주는 가장 세련된 척도가 아닐까 싶다. 나눔은 위에서도 흘러 내려오고 밑에서도 치켜 올라간다. 세계기부지수에서 보듯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나눔 역량은 아직 중간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변함없이 나눔의 손길을 내미는 기업들과 사회지도층, 그리고 ‘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놓는 어려운 이웃이 있기에 필자는 다시금 희망을 품고 이번 설을 맞는다.
 
 박찬봉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이 글은 ‘위클리 공감’에 게재된 내용으로 공공누리에 의거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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