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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청소년의 대모’ 청소년전화 1388 박경자 상담사

2017-03-24 입력 | 기사승인 : 2017-03-24

청소년들의 고민이 급증하는 시기. 바로 이맘때다. ‘새학기 증후군’을 겪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땐 망설이지 말고 상담을 요청하자. 방법은 쉽다. 전화기를 들고 1388만 누르면 된다. 따뜻한 목소리의 주인공, 박경자 상담사를 찾아가봤다.
 
 새벽 2시에 걸려온 전화. “선생님, 부모님과 갈등 때문에 가출했는데 앞이 막막해서요. 무작정 전화드려 봤어요.” 밤낮이 따로 없다. 잠자리에 들 때도 머리맡엔 늘 전화기를 둔다. 혹여나 놓칠까 봐 손에 꼭 쥐고 잔다. 
 
 상담사들의 명함에는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열이나 우울증을 겪는 일부 사람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경자 상담사는 다르다. 명함에 또렷이 휴대폰 번호를 새겨놨다. 그는 “새벽에도 일어나 학생들 상담을 해주다 보니까 아무래도 가족들은 싫어하더라”면서 웃었다. 
 
 “딸아이가 중학생 때였어요. 그 당시 제가 학업 중단 청소년 200명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생일을 일일이 다 챙겨줬었어요. 딸이 그러더라고요. ‘나도 학업 중단하고 엄마 관리 받고 싶다’고요.”(웃음)
 
 박 상담사에게 상담은 천직이다. 위기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모’로도 불린다. 사무실에서는 1388로, 집에서는 휴대전화로 상담을 해주는 그를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청소년상담센터에서 만났다. 

<ⓒC영상미디어>
 
시대별로 청소년 고민도 달라 
 
 1388로 들어온 고민은 전국에 걸쳐 있는 청소년상담센터에서 맡는다. 박경자 상담사가 있는 경기도 청소년상담센터는 경기도 내 31개 시군 센터의 본부라고 보면 된다. 이곳에만 하루 평균 약 100통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위기지원 1팀에서 전화 상담을 맡고 있는데, 총 6명의 전화상담원과 2명의 상담원이 있다. 박 상담사는 위기지원 1팀의 팀장이다. 상담사들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근무하고, 특별한 경우 박 상담사가 직접 상담에 나선다. 
 
 박 상담사에 따르면 1년 통계로 봤을 때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무래도 대인관계 문제다. 그다음이 가족 간의 갈등, 정신건강, 학습 진로 순이다. 이러한 청소년 고민에도 시기별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대인관계 고민은 언제든 있어왔고요, 2010년 전에는 학습 진로 고민의 비중이 훨씬 높았습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최근 들어서 정신건강 관련 고민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가정 해체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정신건강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거죠. 또 SNS와 관련한 고민이 새로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죠. 채팅앱을 통해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을 비롯해 몸캠 피해를 당한 남학생, 그리고 단체카톡방에서 당하는 왕따 문제도 있고요.” 
 
 예상 밖의 고민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청소년 인터넷 도박이다. 
 
 “인터넷 도박 피해 관련 상담 전화가 심심치 않게 옵니다. 도박 빚을 졌는데 내일까지 안 갚으면 큰일난다고, 어떡하느냐고, 죽고 싶다고요. 단순히 중독 차원을 넘어서 빚을 갚기 위해 절도, 사기로 이어지는 등 수위가 점점 높아져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죠.” 
 
 전화 상담은 약 30분 동안 이어진다. 전화가 걸려오면 그는 우선 칭찬을 한다. 박 상담사는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눌렀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 부분에 대해 이미 대단한 일을 한 것이라며 지지를 많이 해준다”고 했다. 그 후에는 사안에 따라 적절한 기관으로 연계해 대면 상담을 받도록 유도한다. 이후에는 연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서 순차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하게 된다. 
 
 “전화 상담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죠. 전화로 문의를 시작으로 대면 개인상담까지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지속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전화 상담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30분의 시간 동안 내방을 유도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돕습니다.”
 
 1388은 만 24세까지를 청소년으로 본다. 그 외 성인이 개인적인 상담을 요청할 경우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과 관련한 상담’일 경우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옆집 학생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학생이 담배를 사는 걸 봤는데 어떡해야 할까와 같이 청소년과 관련된 상담일 경우,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잊을 수 없는 7년 전 상담 기억 
 
 그는 지난 2004년부터 이곳에서 청소년 상담을 맡고 있다. 그 이래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청소년 관련 사회 이슈는 말할 것도 없고, 비행 청소년들의 은어까지 모두 꿰고 있을 정도다. 
 
 “비행청소년의 경우 그들의 은어를 같이 써주면서 얘기를 들어주면 굉장히 좋아해요. 마음을 잘 열죠. 앉는 거리도 내담자에게 물어보고 조절합니다. 선생님이 너무 가까이 앉아서 불편하니?라고 물어보면서 간격을 조절하죠. 상담 기법 중에 경청, 공감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상담 내용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소한 행동가짐도 모두 상담에 포함된다”면서 “내담자가 마음을 열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상담사는 내담했던 학생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특히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다. 7년 전, 중학교를 자퇴한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때 16세이던 여학생은 23세가 된 지금도 꾸준히 박 상담사에게 연락을 해온단다. 
 
 “당시 그 학생의 엄마마저 등을 돌린 상태였죠. 그 정도로 탈선의 길을 걷던 친구인데, 저는 끝까지 ‘네가 무엇을 하든 응원할 거다’라며 믿었습니다. 일탈하는 모습 이면에 다른 모습을 본 거죠. 그 친구가 저한테 했던 말이 있어요. 상담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인 것 같다고. 자기도 선생님처럼 훌륭한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요.”
 
 보호관찰을 받던 이 여학생은 실제로 청소년 상담사의 꿈에 성큼 다가간 상태라고 한다. 한 사이버대학교에서 관련학과를 올 A학점으로 졸업했고, 청소년 상담사 3급 자격증까지 땄다고. 
 
 “고민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지금 겪는 어려움이 말예요,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고요. 그 시기를 잘 견디면, 언젠가 아픔은 끝이 난다고. 견디는 동안에, 옆에서 누군가 방향을 조금만 잡아줘도 극복이 훨씬 빠를 수 있어요. 망설이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C영상미디어>

‘1388’만 누르면 청소년 상담 고민 끝! 
 
 ‘청소년상담 1388’은 청소년 문제 맞춤형 상담서비스 채널이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전화와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통해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전화 상담은(유선전화) 국번 없이 110 또는 1388을 누르면 된다. 휴대전화로는 지역번호+1388를 눌러야 한다. 문자 상담도 가능하다. #1388로 보내면 된다. 카카오플러스 친구맺기를 하면 카카오톡으로 1:1 채팅창 상담도 된다. 사이버 상담은 인터넷 www.cyber1388.kr을 접속하면 된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이 글은 ‘위클리 공감’에 게재된 내용으로 공공누리에 의거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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