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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고 일자리 없으면 다 노인일까?

2017-05-02 입력 | 기사승인 : 2017-05-02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가난과 근대화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국가의 고도성장을 이루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치열하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중년에는 IMF 외환위기 등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녀의 교육과 결혼, 부모 부양의 의무를 다했으나 자녀로부터 노후 부양을 기대하지는 못하는 세대다. 지난 2016년부터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1차 은퇴가 본격 시작됐으며, 초고령 사회가 되는 2026년에는 모두 은퇴해 노인계층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준비는 미래 차원에서 국가적 관심사가 됐다. 

노후준비는 기간도 영역도 단절적이기보다 연속적인 개념이다.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건강·정서·심리·사회적 부분 등을 통합적으로 준비해야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완성할 수 있다. 

정부가 ‘제1차(2016~2020)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노후 진단·상담·교육 서비스를 시작으로 노후준비 지원을 본격 추진하는 이유다. 

‘백세시대를 산다’ 마지막 편은 노후준비라는 사회적 관심사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관련 공무원, 연구원, 현장 전문가, 은퇴자 등이 함께했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지혜를 모아봤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준비에 대한 지혜를 모으기 위해 전문가들이 결산하는 자리를 가졌다. (왼쪽부터) 지은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위원, 임인택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 석춘지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진규동 뉴시니어리더스포럼회장,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C영상미디어>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날 당시 50~60대는 노인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된 베이비붐 세대는 ‘노인’이란 지칭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노인으로 분류되기에는 아직 건강하고 할 일이 많다. 몇 살부터 노인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치 않을까?

진규동 | 지상파 방송국에서 34년간 일했다.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는데 퇴직을 앞두고 보니 내가 베이비붐 세대더라. 주변에서 정말 유능한 사람들이 퇴직 후 사회적 수명을 다했다. 먼저 퇴직한 사람들을 보며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는 현직에 있을 때부터 준비하면서 평생교육학 박사학위도 받았고, 또 베이비부머의 집단 지성을 발휘하고자 ‘뉴시니어리더스포럼’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정년퇴직한 지 3년 지났다. 60세가 넘었지만 청년도 노인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다. 70세까지는 무조건 일을 하려고 한다. 이는 경제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퇴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1960년 대비 평균 수명이 20년 이상 늘었다. 그 비율로 봤을 때 스스로 48세라고 생각한다. 

김동엽 | 우리 사회는 퇴직해서 일자리가 없으면 노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퇴직자와 노인의 개념을 동일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60세 정년퇴직자는 노인일까?”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퇴직을 한 60세와 연금을 수령하는 65세 사이는 노인도 장년도 아닌 애매한 시기로 여겨진다. 이 중간 연령대에 대한 사회적 정의와 정책이 필요하다. 

지은정 | 노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크게 보통 연령과 정신적·신체적 역량을 고려한 기능적 연령,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보통 연령에 따른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노인에 대한 법적 기준도 없어서 60세와 65세가 혼용돼 사용되고, 최근에는 노인을 구분하는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논의가 진행돼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정책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필요하긴 하지만 노인의 연령 기준보다 노인 호명이 갖는 의미부터 바뀌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인이라는 말은 무력한 노년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재벌 회장이나 유력 인사는 70세가 넘어도 노인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에 대한 연령 기준을 다소 늦춘다는 것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연령 기준만큼 노인의 이미지, 노인에 대한 인식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 

석춘지 | 65세가 훨씬 넘었는데도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노인으로 불리는 것을 아주 불편해하는 분이 많다. 노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안타깝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동시에 건강한 노인이면 얼마든지 생산인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노인에 대한 연령 기준을 높이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보다 노인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는 것이 어떨까. 현재 실시되고 있는 복지 서비스에서 제외되는 노인에 대해 고려할 뿐 아니라, 곧 노년 세대로 진입하게 될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 실업의 증가로 아직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자녀 뒷바라지 때문에 노후 대비를 못하고 있는 상황과 정년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임인택 | 노인은 전통적으로 경륜과 경험을 가진 존경의 대상이었다. 노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저출산 현상으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이에 따라 사회적인 부양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인 연령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기준이 없으나 보통 각 나라의 연금 수급 연령과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노인 복지 정책을 수립하고 있어 이것이 노인 연령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실시한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는 국민이 78.3%이고, 7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는 비율도 31.6%를 차지했다. 65세 노인이라는 공식은 이미 사회적으로 깨졌다고 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노인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임인택 | 노인 문제 중 무엇이 가장 심각하냐는 질문이 가장 곤혹스럽다. 노인 문제는 복합적이고 또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 초저출산 현상에 따른 급속한 고령화는 우리가 고령사회를 대비해 잘 준비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빈곤, 질병, 무위, 고독이라는 전통적인 노인 4고(苦)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다만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층 진입에 따라 노인이라는 하나의 인구학적 카테고리 안에서도 소득, 건강, 지역 등에 다양한 차이가 있어,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으며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임인택 | 우선 독거노인을 살펴보면 2016년 기준 144만 명으로 집계됐다. 독거노인 중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은 66만 명 정도로 파악되며, 이 중 52만 명에게는 생활관리사 방문, 노노(老老)케어 등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아직도 14만 명 정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유대감이 강한 농촌보다 도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문제가 심각하다. 혼자 집에만 있는 경우 발생하는 고독사 등 다양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노인 복지관 등에서 활동하도록 유도하는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프로그램’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아주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대폭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석춘지 | 가족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은데 이는 4고(苦)의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가족관계는 노인이 된 시점에 잘 해보려 한다고 해서 쉽사리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또는 결혼하면서부터 잘 맺어가야 한다. 독거노인의 경우 이웃이나 또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 또한 어려움이 있다.

진규동 | 건강, 외로움, 가족관계 모두 연계돼 있다. 소득이 많지 않은 일자리라도 있으면 규칙적으로 생활하니 건강이 유지되고 외로움도 덜하며 자연스레 가족과의 사이도 좋아지는 것 같다. 또 나이가 들면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의료비다. 건강보험료의 38.7%가 65세 이상에서 소요된다. 건강관리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는 것, 건강관리의 소홀함이 고스란히 공적 비용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예방 차원에서 서로 건강을 살피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라는 정책 홍보도 병행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뉴시니어리더스포럼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여러 가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뭔가 배우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매사에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석춘지 | 노인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일자리와 자원봉사 활동이다. 70~80대 노인에게는 공동작업장 형태의 일자리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소득 보충을 위한 공동작업장이 아니라 복지 서비스를 함께 지원받을 수 있는 공동작업장 형태가 확대돼야 한다. 자원봉사 활동도 매우 중요하다.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대한노인회와 함께 노인 자원봉사 활동 지원사업을 시작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많은 봉사단이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만드는 활동을 쉽게 시작했다. 노인들이 동네 청소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혼자 있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지원하고 독거노인에게는 말벗이 돼주는 마을 공동체 활동으로 확대됐다. 당연히 노인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일자리, 외로움, 건강 이외에 또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는 무엇인가?

김동엽 |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는 돈은 있지만 갈 곳이 없다. 경로당을 찾기에는 상대적으로 젊으니 정체성을 어디에 둘 것인지 애매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퇴직자는 복지 혜택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공간을 원하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연령별로 구분된 공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노인 복지관, 어린이 도서관 등의 시설에 대상자를 나누기보다 낮에는 어르신이 있고 방과 후에는 아이들이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섞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규동 | 동의한다. 주위에 갈 데가 없는 베이비붐 세대는 혼돈 속에 있다. 지혜와 경험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퇴직한 5060 세대가 토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 시니어 연령대를 위한 학습 공간이 하나만 있어도 10명이 커뮤니티를 이뤄 각자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불안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칭 ‘뉴시니어퓨처센터’를 제안해본다. 즉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공간으로서 지역·사회 이슈에 대해 대안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곳이다.

지은정 | 퇴직자들이 뜻을 모아 사회공헌 활동이나 취업·창업을 준비하려고 해도 마땅한 공간이 없다. 그래서 공간과 사무기기 등을 제공하고 활동을 지원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퇴직자들이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운영자금을 지원하면 풀뿌리 조직처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기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예컨대 자전거를 고치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단체를 구성해 정부에 지원하면 단체당 연 1000유로(약 144만 원)에서 20만 5972유로(약 3억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런 단체의 수가 약 110만 개에 달하고 정부 지원금도 GNP의 3.2%에 이를 정도다. 퇴직자들이 자발적·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굴해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석춘지 |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2~3년 후 경로당 가입이 가능해지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경로당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경로당은 노인을 위한 시설임에도 노인의 건강과 신체적 고려가 많이 배제돼 있다. 공간이 바뀌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도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면 경로당 2층 전체를 북카페로 만들고 1층에도 노인을 위한 탁자와 의자를 뒀더니 다양한 세대의 주민이 경로당을 찾기 시작한 경우가 있다. 경로당이 70~80대만 오는 곳이 아니라 젊은 엄마들도 아이들과 함께 와서 자연스럽게 세대가 어울리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베이비붐 세대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준비’다. 재무, 건강, 대인관계 등 여러 부분이 포함된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이 많다. 베이비붐 세대의 ‘준비’를 도와줄 사회적·정책적 지원은 어떤 게 있을까?

지은정 | 정부에서는 ‘전직지원 서비스’와 ‘장년 나침반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참여자가 적다. 또 퇴직 3개월 전부터가 아니라 40대부터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교육훈련도 마찬가지다. 베이비붐 세대 스스로도 준비해야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퇴직자의 상당수가 창업을 하는데 이는 퇴직한 고령자의 빈곤 위험을 높인다. 임금근로 일자리가 확대되지 않으면 이미 포화상태인 서비스 분야 자영업에 더 많은 고령자가 몰려 수익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정부에서 창업 지원을 할 때 지원금뿐 아니라 적합한 아이템인지, 안정성이 있는지 전문 훈련과 컨설팅을 병행해야 한다. 한편 자영업을 하지 않는 퇴직자의 상당수는 자신의 경력과 상관없는 저임금의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도 문제지만 숙련된 인력이 지닌 사회적 자본이 유실되는 셈이다. 따라서 근로 의사와 근로 능력이 있는 퇴직자가 자신의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전문 취업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석춘지 |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정책은 남녀를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은 그동안 여성회관, 주민센터, 여성 인적자원 개발 관련 기관 등에서 많은 성인교육에 참여해왔다. 문제는 은퇴한 남성이다. 남성 대다수가 노후설계나 문화 또는 다양한 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은퇴 전부터 평생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인택 | 2015년 ‘노후준비 지원법’이 제정되고 2016년 ‘제1차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노후준비 수준을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62.8점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재무 분야의 준비 수준이 54.8점으로 나타나 노인 빈곤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과거 노인 계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학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며 기대수명도 높다. 하지만 자신들의 노후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설치된 ‘노후준비지원센터’에서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각종 설계를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현재의 저축, 연금, 삶의 방식을 파악해 어느 분야를 보완해야 할지 진단해준다. 은퇴자뿐 아니라 예비 은퇴자도 진단을 받고 은퇴 20년 전부터 노후준비를 미리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김동엽 |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만 40세가 되면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을 해준다. 국민연금도 가입자를 대상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국민이 국민연금에 불만을 갖는 것은 납입하는 비용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40세 때쯤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테스트와 생애 전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가입자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다. 또 은퇴자 대부분이 공적 영역 보험 혜택을 잘 모른다. 가령 중증 환자로 등록하면 5%만 자가부담을 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중증 암 환자가 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세법상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가 장애인으로 인정된다는 것,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도 드물다. 민간 영역에서는 진단비, 수술비, 항암·방사선 치료량에 따라 수술비 100만 원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공·사보험이 따로 있으니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정보를 연계해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면 보험과 연금 모두 긍정적인 인식이 확대될 것 같다.

임인택 | 정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초록봉투(green envelope)’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금 가입자의 동의를 받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공·사연금 지급액을 시뮬레이션해 노후 부족 자금을 안내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노후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각종 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도 노후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복지로(www.bokjiro.go.kr)와 보건복지콜센터(129)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노후 설계는 우선적으로 본인이 해야 하지만 국가와 사회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는 복지비용의 부담을 여전히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은 조세 부담률이나 공공복지 지출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제2의 인생을 맞는 개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할 것 같다.

진규동 | 베이비붐 세대는 그동안 조직 내에서 주어진 대로 행하는 문화에서 지내왔다. 하지만 제2의 인생은 봐주는 사람도, 갖춰진 시스템도 없는 하얀 백지의 세상이다. 그 백지에 스스로 스케치하면서 제2의 인생을 그려나가야 한다. 평소에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고령사회를 맞이한 베이비붐 세대의 미래 지도는 스스로 그려야 하는 것이다. 

지은정 | 노후준비는 사후대처보다는 사전예방에 방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노인이 된 사람들에게 제2의 인생을 준비하라고 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물론 직장인 대부분은 ‘일·술·잠’으로 점철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퇴직 후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퇴직 후 30~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잘 늙으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퇴직 후 ‘살고 싶은 삶’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노후의 삶 역시 다양한 영역으로 이뤄진 일상이다. 노년기에 당면하는 문제 또한 복합적이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A 아니면 B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재무 영역만큼 비재무 영역(자원봉사, 여가, 운동 등)도 중요한 삶의 영역이니 균형 있게 준비해야 한다.

진규동 | 베이비붐 세대는 재무, 건강 설계를 하기보다 이미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대화 기술이 필요하다. 나부터도 하달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차분하게 대화 나누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여유가 필요하다. 성과 위주로 일을 해와서 성격이 급하고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마지막으로 배려심이다.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는 나눔이나 배려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마인드 세팅이 부족하다 보니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사회에서 ‘은퇴 후 얼마가 있어야 한다’, ‘꾸준한 소득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채근하니 더 불안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버리고 스스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학습해야 한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
<이 글은 ‘위클리 공감’에 게재된 내용으로 공공누리에 의거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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