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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행복마을 이야기

2013-03-28 입력 | 기사승인 : 2013-03-28

 

 날로 높아만 가는 도심 담벼락은 이웃 아이의 울음소리를 앗아가고, 이웃 간의 마음마저 갈라놓고 있다. 칙칙한 콘크리트 숲에서 개인주의에 빠져 살고 있는 현대의 도시인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동네부터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제대로 된 참살이를 이루려고 하는 뜻 깊은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뒤떨어진 주거, 복지, 문화의 재생을 통해 ‘함께 어울려 살고 싶은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이 그것이다.
 복지미디어는 창간을 맞아 새로운 공동체로 도시 참살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의 현주소를 조망해 마을간 행복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구성원들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행복마을 길라잡이 모델’을 연중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오순도순’ 나누는 텃밭 농사 이야기
◆ 지역 복지관, 주민, 마을활동가 합심
◆ ‘더불어 하는 것’ 복지의 기본

 

지난 3월말 부산 북구 덕천3동 주공아파트 2단지 덕천종합사회복지관 2층 프로그램실.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 2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텃밭 가꾸는 이야기부터 끊임없이 쏟아낸다. 이날은 이 아파트 주민들과 한성아파트 주민들이 해가 바뀐 뒤 처음으로 모여 변강훈 마을 활동가에게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텃밭 유형을 배우는 날이다. 교육이 시작되기도 전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 한 분이 텃밭 가꾸는 요령을 알려주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지난해 4월 결성된 ‘오순도순’ 주민조직 회장 황대성(76·왼쪽 사진)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텃밭 덕분에 즐겁다. 주민과 함께 텃밭도 가꾸고, 지역사회에 환원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그는 “주민들이 협조만 하면 무엇이든 다 잘 된다”며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 복지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교육이 끝난 뒤 주민들이 간단히 소개를

하며 친목의 시간에도 이야깃거리는 온통 ‘텃밭 농사’이다. 농사에 경험이 있는 할아버지부터 아이들에게 깨끗한 야채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참여한 젊은 새댁까지, 다양한 세대 주민이 만들어 가는 텃밭 이야기를 들어보자.

 

◆ 지역문제 해결 위해 주민 연대 착안
◆ 복지관 이끌고, ‘오순도순’ 뜻 모으고
◆ 활동가들, 공동체 결성에 발품 정성

 

 부산시 북구 덕천3동은 영구임대 아파트단지가 7개동이 있어 아파트 단지 간의 갈등에다 이에 따른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었다. 실제로 2010년 덕천종합사회복지관 욕구조사 분석에 의하면 지역사회 내에서 해결되어야 할 심각한 문제 1순위가 알코올문제(47.7%)였다. 알코올문제는 다양한 지역문제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의 영구임대 아파트단지에서는 밤늦게 취기가 오른 지역 주민이 삼삼오오 모여 밤거리 불안 문제를 만들어 낸다. 영구임대 아파트단지 입주민은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거주지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기 힘들다. 게다가 지역 주민과의 교류도 거의 없어 문제해결 방안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 '행복한 마을 만들기' 사업에 있어 마을활동가는 교육, 마을코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덕천종합사회복지관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2008년에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욕구조사부터 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55.5%가 지역주민 모임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때 마침 지역에는 곳곳에 자투리 공간이 있어 덕천종합사회복지관은 이 텃밭을 활용, 주민공동체를 결속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덕천3동 철쭉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이 출범한 계기이다.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비로 받은 예산은 총 3000만원. 그 중 800만원을 덕천마을주민행사(주민이 직접 마을축제를 기획하여 진행. 2012년 10월 19일.)에 사용하고 남은 예산을 주민공동텃밭에 투자하여 진행했다. 이 사업으로 덕천 3동은 부산을 대표하는 텃밭 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덕천3동의 현재 자리매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처음 사업을 맡은 덕천종합사회복지관 박미영 부장은 주민의 뜻을 모으기 위해 발이 부르트라 만나러 다녔다. 물건을 생산해 만드는 작업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 그 사람들을 조직화한다는 것은 해본 사람만이 아는 고된 노동일 터. 출산휴가를 간 박미영 부장을 대신해 지난해 1월부터 김익중 과장이 사업을 맡고 있다. 지역 주민의 부담감을 덜어주자는 의미로 ‘함께 모여 뭔가를 해보자’가 아닌 ‘함께 모여 놀자’로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그해 4월 ‘행복마을 만들기’ 설명회를 하면서 주민조직을 이끌어 냈다. 이 조직의 이름은 ‘오순도순’. 말 그대로 오순도순 모여 농사 얘기도 나누고, 함께 땀 흘리자는 뜻이다.

 

◆ 텃밭상자 100개에서 시작
◆ 지난 겨울 김장 주민 나눠 먹어
◆ 기름탱크 적치장이 생태공간으로

 

< 덕천3동 텃밭은 주민들이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는 공간이자 주민 꿈이 함께 자라는 희망터이다. >

 

 주민공동텃밭 사업의 시작은 텃밭상자 100개였다. 오순도순 회원들은 텃밭상자에 작물을 가꾸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먹을 만큼만 재배를 하자고 시작된 텃밭은 어느새 회원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나눠먹기 시작했고, 이후 복지관의 경로식당과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들에게도 나눌 수 있게 됐다. 시간이 지나자 주공아파트 아래 한성아파트 주민들이 공동텃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순도순 회원들은 관심을 갖는 한성아파트 주민들에게 텃밭상자를 빌려주면서 직접 텃밭을 가꾸는 방법도 전수하기 시작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생태공동체 주민공동텃밭 사업의 취지를 높게 평가한 ‘부산그린트러스트’(그린부산을 만들기 위한 녹지사업 민관협치기구)가 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 한성아파트 텃밭상자를 60개 제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주민공동텃밭에서 재배한 배추로 오순도순 회원과 한성아파트 주민이 모여 공동김장을 담그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만들어진 김장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졌다. 이 지역 주민들은 생태공동체 주민공동텃밭을 통해 이웃과 함께 어울리는 행복을 알게 됐고, 행복마을 만들기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 이전 기름탱크 쓰레기 더미가 생태공동체 주민공동텃밭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상전벽해'의 감회를 느끼고 있다.>


 텃밭 농사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처음 텃밭상자로 시작한 장소는 덕천종합사회복지관 뒤쪽 주공아파트 2단지 기름탱크 부지였다. 기름탱크가 놓여 있어 처음에는 그 위에 텃밭상자를 놓고 텃밭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다 도시가스 공사로 쓸모가 없어진 기름탱크를 들어내고 그곳을 온전한 텃밭으로 가꿨다. 한 주민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주민들이 뜻을 모으니 하늘이 도운 셈”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덕분에 주민 조직은 보다 탄탄해졌고, 주민들은 스스로 텃밭을 찾기 시작했다. 공동 텃밭과 더불어 개인 텃밭도 생겨나 주민들의 재미가 더욱 쏠쏠해졌다.

 

◆ 협의와 협조로 만들어지는 주민의 행복

◆ 디자인 수익성 제고, 지역사회 기여 모색
◆ 지역 사회종합복지관 롤 모델 주목

 

 변강훈 마을활동가는 덕천3동 텃밭 공동체가 오늘의 성과를 이룬 데는 덕천종합사회복지관의 힘이 매우 컸다고 평가한다. 그는 “복지관의 중간관리자인 부장과 과장이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을 맡다보니 사업의 추진력이 높았고, 복지관 전체 직원들의 관심과 참여 역시 높게 나타났다”며 “관장 이하 모든 직원들이 하나의 목표의식을 갖고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기관 전체가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오순도순 주민조직 황대성(사진 오른쪽) 회장이 변강훈 마을활동가와 농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민(복지관)과 관(관공서)이 함께 하는 구조로 이뤄지다보니 결재 과정부터가 쉽지 않았다. 부산 북구청은 지난해까지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을 2개 과에서 동시에 다루느라 결재를 두 곳에 다 받아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북구청 기획실 문현경

주무관은 “절차상의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북구청과 복지관 담당 실무자들이 모여 협의를 해 올해부터는 1개 과에서 통합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더 많은 주민이 텃밭에서 더불어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덕천3동 철쭉행복마을은 운영위원회를 3월에 구축해 보다 많은 일을 계획하고 있다. 덕천종합사회복지관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 담당자인 김익중(35·오른쪽 사진) 과장은 “지금까지는 텃밭을 통한 주민 공동체 결성에 집중을 했다”며 “이제부터는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커뮤니티 가든(텃밭 명칭)의 디자인과 수익성도 고려,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 복지관, 관공서가 하나가 되어 행복한 마을을 만들고 있는 부산시 북구 덕천3동 철쭉행복마을에 많은 이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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