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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더불어 행복한 공동체, 행복마을 이야기

2013-05-16 입력 | 기사승인 : 2013-05-16


<주민들의 자발적인 소모임 전체 네트워크 회의는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전포동 주민의 뜻을 보여준다.>

 

◆ 자연스러운 마을 이야기가 핵심
◆ 자발적인 소모임은 마을변화의 중심
◆ ‘허물없는 이웃’은 마을만들기의 기본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전포종합사회복지관 프로그램실 가득 울려 퍼진다. 아기를 데려온 아주머니부터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40여 명의 주민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 마냥 쉬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이분들은 소모임 별 이웃 주민으로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만나는 그런 사이라고 한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소모임 네트워크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회의는 시작되고 있었다. 다들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나누는 이야기들은 회의 석상에서 나누는 딱딱한 그런 식의 이야기가 아닌 일상생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그리 크거나 허황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사는 마을의 행복이다. 아이들 이야기, 남편 이야기, 사업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는 우리네 이웃들 모습이다.

 



 

◆ 소모임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 활동 선정
◆ 이웃사촌은 나눔을 실천하는 최소 단위의 주민조직
◆ 새로운 이슈를 반기는 전포동 주민

 

 지난 4월30일, 전포복지관 프로그램실에는 2013년 상반기 소모임 전체 네트워크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12개의 소모임, 40여 명의 주민이 모였다. 각기 다른 12개의 소모임이라면 어색할 분위기가 연출될 법도 하지만 이중으로 소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 소모임이 분리되어 있다기보다 큰 하나의 소모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소모임 전체 네트워크는 지역의 다양한 소모임 간의 정보교류, 상호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오늘은 소모임 대표자 회의를 통해 나온 ‘2013년 소모임 공동 활동’으로 선정된 전포복지관의 지역화폐인 ‘다누리 카드(전포복지관의 지역화폐)' 사용 건에 대한 전체 회의가 열렸다. 지역화폐와 관련된 영상자료와 함께 ‘다누리 카드’ 활용법을 복지관에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민 스스로 정한 공동 활동이기에 지역화폐에 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조별로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토론과 발표, 그리고 ‘다누리 카드’ 관련 퀴즈를 풀면서 그들은 즐거운 공동체 생활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지역의 발전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행복한 마을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화폐인 '다누리 카드'를 설명하는 배형운(사진 왼쪽) 팀장과 퀴즈로 지역화폐를 소개하는 최나래 사회복지사>
 

 다누리운영위원이자 북마마하우스1기인 박희영 주부는 “다른 회원들의 자녀보다 내 자녀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잘 키우기 위해 노력을 해 왔다”고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내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다른 자녀도 소중하게 여겨야 함을 배웠다”며 “소모임을 통해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이제는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다”고 한다. “소모임을 갖게 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마을에 돌아다니는 아이가 남의 아이가 아닌 내 아이, 우리동네 아이가 되었다는 점”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다누리운영위원이자 북마마하우스 1기인 박희영(사진 가운데) 주부가 회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마을의 밑거름을 자처한 ‘우리동네 홍반장’
◆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마을 토박이들의 참여
◆ 주민이 변하면 마을은 자연스럽게 변화

 

 그렇다면 어떻게 많은 소모임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구심점에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우리동네 홍반장’이 있다. ‘우리동네 홍반장’은 주민의 참여로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의 물리적인 변화(마을 가꾸기 등)를 통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처음에는 자원봉사 형태로 진행했으나 교육, 선진지 견학을 통해 주민의 자연스러운 역량강화를 통해 발전될 수 있었다. 처음 모집된 홍반장은 40~50대의 지역 토박이 9명으로 구성됐다. 지역에 산다고 해서 그 지역을 잘 알 수는 없지 않은가. 홍반장은 마을 둘러보기를 통해 전포동의 특성과 명소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고, 지역의 명소를 알리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여 홍보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역의 문제점을 스스로 찾고, 주민에게 묻고 듣고를 반복한 끝에 도로 반사경 설치, 난간 수리 의뢰, 버스정류장 벤치 수리 등 지역문제를 주민센터와 구청에 건의하여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마을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연 2회 벽화 그리기 활동(2012년까지), 월 1회 독거노인 및 장애인 가정방문 및 안부 확인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고 있다. ‘우리동네 홍반장’을 담당하고 있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 배형운 팀장은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홍반장들은 알고 있다”며, “이제는 담당자의 계획에 따른 활동이 아닌 홍반장 자신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변화 중이다”고 말했다.

 


<'우리동네 홍반장'의 활동모습은 마을의 변화를 위한 주민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 마을을 지탱하는 12개의 소모임
◆ 각기 다른 이슈로 활동하는 다양한 주민조직

 

 ‘우리동네 홍반장’처럼 주민이 올바르게 지역사회를 바라보고, 지역사회의 주인임을 스스로 찾고 있는 소모임과 함께 특정한 주민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소모임까지 전포복지관과 관계를 맺고 있는 전포동 소모임은 12개나 된다.


 ▲‘전포 우리누리’ 소모임은 엄마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됐다.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역사회역량강화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전포 우리누리’는 지난 2011년 9월 4명의 주부의 모임으로 시작해 현재 38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이슈를 먼저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주민과 함께 의논하며 만들어진 소모임이기에 주민의 참여도 역시 높다. 대부분 젊은 주부들로 구성된 전포 우리누리는 아이들의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이 있다. ‘마을버스 승객대기시설 설치’, ‘아스팔트 재포장’, ‘보안등 추가설치’, ‘미니도서관 작은둥지 개관’ 등 다양한 지역사회의 이슈들을 해결해왔다. 차기 해결할 이슈로 어린이 보호구역 과속방지턱 설치, CCTV 설치, 은행 ATM 설치, 어르신 쉼터 마련 등을 정해놓고 활동 중이다.

 


<'전포 우리누리' 소모임 활동은 아이들을 위한 엄마의 마음이 마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30개월 전후의 영아를 둔 엄마들이 그림책 놀이 활동과 연합독서모임을 매개로 하여 현재 지역사회의 다양한 품앗이 활동을 하는 ‘아가랑 엄마랑’ ▲주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역사교육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자 노력하는 ‘주부역사모임 조선통사’ ▲부모들의 자녀독서 지도교육을 통한 독서공동체가 형성되고, 사후 독서모임으로 발전한 주부독서모임 ‘북마마 하우스 1, 2기’ ▲그림책 작가를 중심으로 교육과 자체모임을 하는 주부모임 ‘그림책 모임’ ▲주민참여형 마을도서관 운영을 위한 지역주민 중심의 문화공동체 ‘도서관 운영위원회’ ▲다양한 천연제품에 관심이 있는 주민이 모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해 이제는 천연제품 만들기와 관련된 다양한 자원봉사까지 실천하고 있는 ‘천연제품 소모임’ ▲복지관 두락마켓에 수제 리본 핀을 판매하던 주민이 소모임이 대한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주민조직이 된 ‘핸드메이드 소모임’ ▲지역화폐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만들어진 ‘다누리 운영위원회’ ▲최근 전포동으로 이사하여 소모임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 부산진구의 산과 하천 등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주민의 모임인 ‘백양산 동천사랑 시민모임’까지.



 

 

◆ 사회복지기관 마을만들기의 필수조건 3가지
◆ ‘주민을 잘 만나는 것’은 기관의 숙제
◆ 마을의 공생을 돕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기관의 마을만들기 사업에는 3가지의 필수조건이 있다. 마을만들기를 위한 기관의 의지, 사회복지사의 노력,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은 좋은 주민. 전포복지관의 마을만들기 사업은 이 3가지가 고루 갖춰진 기관이라 할 수 있다. ‘복지관'은 마을 조직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12개의 소모임의 원활한 의사전달과 관계형성을 위해 ‘사회복지사 3명(배형운, 손희정, 최나래)’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적으로 지역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주민'이다. 이 3가지 중 1가지만 빠져도 행복한 마을만들기 사업이 될 수 없다.

 

 전포복지관 배형운 팀장은 “이렇게 마을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민을 잘 만났기 때문이다”며 모든 공을 주민에게 돌렸다. 사실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주민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담당 사회복지사들의 노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항상 주민에게 묻고 답하기를 반복했던 그 시간. 업무시간에 주민을 만나게 되면 늦은 시간까지 복지관에 남아서 야근을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어쩌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주민과 시간을 보내며 관계형성에 노력했던 그 시간이 이제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배 팀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해서 “돈과 담당 사회복지사가 사업을 위해 개입을 하면 마을의 변화는 바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최근 수많은 마을만들기 사업을 보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지속적인 공동체 형성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마을들의 모습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마을만들기(마을공동체)는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야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전포복지관의 지역사회조직사업의 특징은 ‘주민과 함께하면서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를 위해 복지관이 주민의 활동을 위해 돕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복지관은 행복한 마을이 되기 위한 틀을 제공할 뿐, 나머지는 주민 스스로 채워넣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주민은 소모임 활동을 통해 해결해야 할 마을의 이슈를 주체적으로 찾아내고, 해결방안 역시 스스로 찾아가면서 진정한 마을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전포 우리누리 조미혜 총무는 “소모임을 통해 지역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인관계가 넓어지면서 이기적인 생각들로 가득했던 생활이 어느새 나눔을 실천하는 생활로 바뀌게 됐다”며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어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로 재능기부도 하고, 자원봉사도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엄마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소모임들은 어느새 아빠들의 참여로 이제는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소모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인의 변화는 가족을 변화시키고, 가족의 변화는 우리 이웃과 더 나아가 마을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부산진구 전포동 주민이 있다는 것이 전포동 주민 그들의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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